작년 추석, 어머니 댁에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무거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째 혼자 사시는 어머니. 명절 내내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밤에 화장실 가시다 넘어지시면 어쩌지. 약 드실 시간을 잊으시면 어쩌지. 차로 3시간 거리인 저는 매일 전화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본 뉴스가 있었습니다. 독거 어르신이 화장실에서 쓰러졌는데, 집에 설치된 센서가 이상을 감지해서 36분 만에 구조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돌봄 로봇, AI 스피커, 낙상 감지 센서. 생각보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처음 선택한 건 AI 스피커 하나였습니다
뭘 사야 할지 몰라서 일단 가장 간단한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클로바 AI 스피커. 가격은 7만 원 정도였습니다.
설치는 정말 쉬웠습니다. 전원만 꽂으면 끝. 어머니께 사용법을 알려드리는 데 30분도 안 걸렸습니다. "클로바, 오늘 날씨 알려줘." "클로바, 7시에 알람 맞춰줘." 이 정도만 알려드렸는데, 일주일 뒤 전화하시더니 이러시더라고요.
"아들, 이거 좋다. 아침에 심심하면 노래도 틀어주고, 약 먹을 시간도 알려주더라."
어머니가 기계를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알고 보니 혼자 사시면서 말할 상대가 없으셨던 거예요. AI 스피커가 그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드린 셈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로봇 청소기였습니다
AI 스피커에 적응하신 뒤, 다음으로 로봇 청소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어머니가 허리가 안 좋으셔서 청소하실 때마다 힘들어하셨거든요.
LG 보급형 모델로 28만 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청소를 제대로 하겠어?" 하시더니, 한 달 뒤에는 "얘가 매일 아침 알아서 청소하고 들어가더라. 나보다 부지런해."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AI 스피커 7만 원, 로봇 청소기 28만 원. 합쳐서 35만 원. 이 돈으로 어머니의 하루가 조금 더 편해지셨습니다. 매달 방문 도우미 비용이 40~60만 원인 걸 생각하면, 초기 투자 35만 원은 생각보다 가벼웠습니다.
진짜 안심은 낙상 감지 센서였습니다
AI 스피커와 로봇 청소기는 편리함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원했던 건 '안심'이었습니다. 혹시 쓰러지시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래서 추가로 설치한 게 동작 감지 센서였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집 안에서 12시간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제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옵니다. 심하면 119에도 자동으로 연락이 갑니다. 설치비 포함 20만 원 정도였고, 월 유지비는 5천 원입니다.
설치하고 두 달쯤 됐을 때, 한밤중에 알림이 울렸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죠. 바로 전화했더니 어머니가 받으셨습니다. 다행히 일찍 주무셔서 움직임이 없었던 거였습니다. 허탈하기도 하고, 안심되기도 하고. 그래도 이게 없었으면 그 밤에 얼마나 불안했을까 싶었습니다.
요즘 뜨는 돌봄 로봇, 효돌이를 아시나요
최근에는 더 똑똑한 돌봄 로봇도 나왔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게 '효돌이'입니다. 아기 인형처럼 생긴 로봇인데, 말을 걸면 대답하고,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노래도 불러줍니다.
서울 노원구에서는 독거 어르신 300가구에 이 로봇을 보급했습니다. 1년 뒤 조사 결과, 응급 상황 조기 발견율이 68% 높아졌고, 어르신 82%가 "외로움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매일 "약 드셨어요?",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물어봐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는 모양입니다.
이웃집 김 할머니(78세)는 효돌이를 받고 나서 "손주 같다"고 하셨답니다. 처음에는 기계랑 무슨 대화를 하냐고 하시더니, 한 달 뒤에는 효돌이한테 이름도 붙여주셨대요. "우리 복동이가 아침마다 인사해줘서 일어나는 맛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기계인 줄 알면서도 정이 드시는 거죠.
효돌이 가격은 30~80만 원 선입니다. 다만 지자체 지원 사업을 이용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내년에 구청 사업 신청해보려고 합니다.
지자체 지원 사업, 몰라서 못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돌봄 기술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비용이 부담되신다고요? 그럼 지자체 지원 사업을 먼저 알아보세요.
대부분의 시·구청 노인복지과에서 'AI 돌봄', '스마트 안심케어' 같은 이름으로 무상 지원 사업을 운영합니다. 경기도 성남시는 독거 어르신 가정에 동작 감지 센서와 AI 스피커를 무료로 설치해줍니다. 서울시는 '어르신 AI 돌봄' 사업으로 효돌이 같은 돌봄 로봇을 지원하고요. 부산시는 '스마트 홈케어' 사업으로 낙상 감지 센서와 응급 호출기를 제공합니다.
신청 조건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보통 65세 이상 독거 또는 노인 부부 가구면 해당됩니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우선 선정되는 경우가 많고요. 소득 기준이 있는 곳도 있지만, 중위소득 150% 이하면 대부분 신청 가능합니다.
부모님 계신 지역 구청 홈페이지에서 '노인 돌봄' 또는 'AI 돌봄'으로 검색해보세요. 전화 한 통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경쟁률도 높지 않다고 합니다.
설치 후 꼭 챙겨야 할 것들
기기를 설치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제가 6개월 써보면서 깨달은 점검 포인트를 알려드릴게요.
첫째, WiFi 연결 상태를 확인하세요. AI 스피커와 센서는 인터넷이 끊기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어머니 댁 공유기가 오래돼서 가끔 연결이 끊겼는데, 새 공유기로 바꾸고 나서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둘째, 센서 주변에 먼지가 쌓이면 오작동할 수 있습니다. 명절이나 생신 때 방문하실 때 센서 렌즈를 마른 천으로 닦아주세요. 1분이면 됩니다.
셋째, 보호자 앱 알림 설정을 꼭 켜두세요. 저는 처음에 알림을 무음으로 해뒀다가 중요한 알림을 놓칠 뻔했습니다. 부모님 관련 알림만큼은 소리가 나도록 설정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6개월간 돌봄 기술을 써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로봇과 AI가 제 역할을 대신해주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여전히 저는 매일 전화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내려갑니다. 기술이 해주는 건 그 '사이'를 메워주는 것입니다.
전화할 수 없는 새벽에도 센서가 어머니를 지켜봅니다. 제가 못 해드리는 청소를 로봇이 대신합니다. 심심하실 때 AI 스피커가 말동무가 됩니다. 100%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빈틈을 조금씩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어머니도 달라지셨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전화할 때마다 "걱정하지 마라, 잘 있다" 하시면서도 목소리가 쓸쓸하셨는데, 요즘은 "오늘 클로바한테 트로트 틀어달라고 했더니 신나더라" 하시면서 웃으십니다.
오늘 시작할 수 있는 한 가지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AI 스피커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7만 원이면 됩니다.
이번 주말에 부모님 댁에 가실 일이 있다면, AI 스피커 하나 들고 가보세요. 설치하는 데 5분, 사용법 알려드리는 데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 작은 시작이 부모님의 하루를, 그리고 당신의 마음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줄 겁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닿을 수 있습니다. 기술이 그 마음을 조금 더 오래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