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옆구리 통증, 처음에는 담인 줄 알았다
69세 가을이었습니다. 김선자(가명, 69세) 어르신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왼쪽 옆구리가 쿡쿡 아팠습니다. 처음에는 “어제 자세가 안 좋아서 담이 왔나 보다” 하고 파스를 붙이고 넘어갔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이틀째 되는 날, 통증이 조금 더 또렷해졌습니다. “이상하네, 어제보다 더 아픈 것 같네…” 옷이 스치기만 해도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다가도 자세를 자꾸 바꾸게 되고, 밤에는 뒤척이느라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셋째 날 아침, 샤워를 하다가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왼쪽 허리부터 배 옆까지, 띠 모양으로 물집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라는 걸, 그제서야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동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묻습니다.
“예전에 수두 앓으신 적 있으세요?” “어릴 때요? 아마 그랬을 거예요.” “지금은 대상포진이 왔습니다. 통증이 꽤 심하실 거예요.”
그날부터 선자 어르신은 몇 주 동안 타는 듯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물집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르고 딱지가 떨어졌지만, 신경을 따라 남는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뼈가 부러지는 게 낫겠다”는 표현을 쓰는 분들이 많다고, 의사는 설명했습니다.
선자 어르신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알았어요. ‘아, 이건 한 번 앓고 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병이구나’ 하고요.”
대상포진, 한 번 걸리면 왜 이렇게 아플까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나이가 들거나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기는 병입니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피부로 이동하면서, 특정 부위를 따라 띠 모양의 발진과 물집이 생깁니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물집만이 아닙니다. 신경을 따라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살짝만 스쳐도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납니다. 속옷·이불·옷깃이 지나가기만 해도 “살이 타는 것 같다”, “칼로 긁어놓은 것 같다”고 표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대상포진은 발진이 가라앉았다고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발진이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부르는데, 계단을 오를 때마다,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통증이 반복되다 보니 “몸은 나았는데 마음은 계속 아픈 병”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얼굴, 눈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는 경우에는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시력과 관련된 합병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안과·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의사들은 설명합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50~60대 이상에서는 “미리 막을 수 있을 때 막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누가 대상포진 백신을 고민해야 할까
우리나라와 해외의 여러 가이드라인을 정리해 보면,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분들이 대상포진 백신을 고민하게 됩니다.
- ① 50세 이상 성인
50세 이후부터 대상포진 발생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때문에, 이 연령대부터 예방접종을 고려합니다. “아직 젊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상포진 입장에서는 이미 고위험군에 들어가는 나이입니다. - ② 60세 이상, 특히 만성질환이 있는 분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처럼 장기질환을 갖고 있으면 몸의 방어력이 떨어지면서 대상포진 위험도 커집니다. 병원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몸이 이미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 ③ 면역이 약해질 수 있는 치료를 받고 있는 분
항암치료,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장기 이식 후 면역억제제 복용 등은 어떤 백신을 언제 맞을 수 있는지가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이 경우엔 특히, 담당 전문의와 상의한 뒤 종류와 시기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④ 예전에 대상포진을 한 번 앓았던 분
“한 번 했으니까 다시는 안 걸리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상포진은 다시 재발할 수 있는 병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허리에 왔다가, 이번에는 어깨 쪽으로 또 왔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백신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접종 시기와 백신 종류, 횟수, 간격은 나이·질환·복용 중인 약·기존 병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나이 기준만 믿기”보다는, 실제 내 상황을 알고 있는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항상 더 안전합니다.
대상포진 백신, 맞으러 가기 전에 이것부터 정리하세요
병원에 가서 “대상포진 백신 맞으러 왔어요”라고 말하기 전에, 아래 네 가지 정도는 미리 손으로 적어 가시면 상담이 훨씬 수월합니다. A4 용지 반쪽이면 충분합니다.
| 체크 항목 | 왜 중요한가? |
|---|---|
| 현재 앓고 있는 질환 | 당뇨, 심장병, 류마티스, 암 등은 어떤 백신이 더 적절한지, 시기를 조절해야 하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 복용 중인 약 |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 일부 항암제는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 모두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에게 미리 알려야 합니다. |
| 최근 1~2개월 내 다른 예방접종 | 독감, 폐렴구균 등 다른 예방접종과 간격을 두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
| 과거 심한 알레르기 반응 | 특정 약·백신·음식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었던 적이 있는지 의사가 반드시 확인해야, 안전하게 접종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이 네 가지만 정리해 가셔도, 의사가 “어떤 백신을, 언제 맞는 게 좋을지”를 훨씬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가까운 내과·가정의학과·재활의학과 등에서 상담을 시작하셔도 괜찮습니다.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흔한 반응과,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신호
대부분의 분들은 심각한 부작용 없이, 가벼운 접종 부위 통증이나 피로감 정도로 지나갑니다. 백신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다음과 같은 반응이 흔합니다.
- 팔을 들 때 뻐근한 느낌, 접종 부위가 붓거나 빨갛게 오르는 현상
- 약한 미열, 몸살 기운, 두통, 피곤함
- 잠이 조금 더 많아지는 느낌, 식욕이 떨어지는 느낌
이런 증상은 보통 2~3일 이내에 서서히 좋아집니다. 팔이 뻐근할 때는 무거운 물건만 잠시 피하고, 미열이 있으면 수분을 충분히 마시고 가볍게 쉬어 주는 정도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궁금하면 접종해 준 병원에 전화해 “이 정도 증상은 괜찮은 건가요?”라고 물어보셔도 됩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좀 더 지켜보자”고 버티기보다는 바로 의료진과 상의하거나 응급실 방문을 고려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호흡이 갑자기 가빠지거나, 입술·얼굴이 붓는 느낌이 드는 경우
- 고열이 2~3일 이상 계속되거나, 통증·붓기가 점점 심해지는 경우
- 몸 전체에 두드러기·심한 발진이 빠르게 퍼지는 경우
다행히 이런 심각한 반응은 드물지만, 혹시라도 걱정되는 증상이 있다면 “참고 버티기”보다 “한 번 더 물어보기”가 언제나 더 좋은 선택입니다.
백신만 믿지 말고, 생활 속 면역도 함께 챙기기
대상포진 백신은 위험을 크게 낮춰주는 안전벨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매고도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하면 사고 위험이 커지듯, 백신만 믿고 생활습관을 완전히 놓아버리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의사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생활 수칙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거창한 건강법이 아니라, 매일 지킬 수 있는 기본에 가깝습니다.
- 잠을 줄이지 않기 –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금방 떨어집니다. “밤 12시 전에 누워보기” 같은 작은 목표만 지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 갑작스러운 다이어트·과음 피하기 – 체중이 급격히 줄거나 술을 자주 마시면 몸이 쉽게 지칩니다. 몸이 지친 상태에서는 대상포진뿐 아니라 감기·독감도 더 쉽게 걸립니다.
- “스트레스 해소 루틴” 하나 갖기 – 가벼운 산책, 좋아하는 음악 듣기, 동네 모임 참여 등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는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 혈당·혈압 꾸준히 관리하기 – 만성질환이 잘 조절되는 것 자체가 큰 예방입니다. 약을 제때 먹는 것, 정기 검진을 미루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자주 받는 질문, 조금 더 풀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Q1. 대상포진 한 번 앓았는데, 그래도 백신을 맞는 게 좋을까요?
한 번 앓았다고 해서 다시는 안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몇 년 전에 허리 쪽으로 한 번 왔다가, 이번에는 어깨 쪽으로 또 왔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예방접종을 다시 고민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정확한 접종 시기와 필요성은 과거 발병 시기, 현재 건강 상태, 복용 중인 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담당 의사와 상의해 “지금이 좋은 타이밍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2. 대상포진 백신, 꼭 맞아야 하나요? 안 맞으면 어떻게 되나요?
“꼭”이라는 표현보다는, “걸렸을 때의 고통과 합병증 위험을 얼마나 줄이고 싶은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맞아야 하는 의무접종은 아니지만, 50~60대 이후에는 발병 위험이 크게 올라가고, 특히 통증이 오래 가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기면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의들이, “나이가 들수록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만한 예방접종”으로 설명합니다.
Q3. 비용이 걱정됩니다. 그래도 챙겨야 할까요?
대상포진 백신은 아직 대부분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접종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럴 때는, 내 나이·건강 상태·과거 병력·생활 패턴을 함께 보고 “나에게 우선순위가 높은 예방접종이 무엇인지”를 의사와 함께 정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독감, 폐렴구균, 대상포진 등 여러 예방접종 중에서 올해는 무엇부터 챙길지, 내년에는 어떤 순서로 맞을지 계획을 세우면 부담이 조금 줄어듭니다.
이 글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이 글은 “지금 당장 백신을 맞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상포진이 어떤 병인지, 어떤 나이와 상황에서 예방접종을 고민하는지, 그리고 병원에 가기 전 무엇을 준비하면 좋은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글입니다.
다음 번 진료를 앞두고 계시다면, 작은 메모지나 노트를 하나 준비해 이렇게 적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제 나이에 어느 정도 권장되나요?”
- “제가 먹는 약·지병을 고려했을 때, 지금 맞아도 괜찮나요?”
- “올해 챙겨야 할 다른 예방접종과의 순서는 어떻게 잡으면 좋을까요?”
이 세 가지만 물어보셔도, 의사와의 대화가 “막연한 불안”에서 “현실적인 계획”으로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 몸 상태, 내가 복용 중인 약, 내가 걱정하는 지점”을 의사와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이야기해 보는 것입니다.
혹시 요즘 들어 피곤할 때 옆구리·가슴 부위가 유난히 아프다거나, 대상포진 이야기를 들을 때 남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신다면, 혼자 인터넷 검색만 하며 겁먹기보다는 다음 번 진료 때 “선생님, 대상포진 예방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한 번 조용히 물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백신은 병원을 대신해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플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먼저 걸어두는 안전장치”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 판단의 마지막 열쇠는, 언제나 당신과, 당신을 진료하는 의료진이 함께 쥐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 두셔도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대상포진 예방접종 안내」
- 국가건강정보포털, 「수두와 대상포진」 질환 정보
- 해외 공신력 있는 보건기관의 대상포진 예방접종 가이드 및 백신 안전성 자료
※ 이 글은 필자의 경험과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접종 여부와 시기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