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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이 안 무서워요" - 봉사활동이 바꾼 72세의 하루

by Bravo Senior 2025.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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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이 안 무서워요" - 봉사활동이 바꾼 72세의 하루

2023년 9월, 집이 감옥처럼 느껴졌다

김순자 씨(72세)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살았습니다. 자녀들은 각자 바빴습니다. 아들은 서울, 딸은 부산. 명절에만 왔습니다.

아침에 눈을 뜹니다. 천장을 봅니다. '오늘도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일어나기가 싫습니다. 일어나도 할 일이 없습니다.

밥을 먹습니다. 혼자 먹습니다. TV를 켭니다. 드라마가 나옵니다. 보다가 졸립니다. 낮잠을 잡니다. 깨면 오후 3시입니다.

'저녁은 뭘 먹지?' 냉장고를 엽니다. 반찬이 있습니다. 어제 먹던 것입니다. 그냥 먹습니다. 또 TV를 봅니다. 밤 10시가 됩니다. 잡니다.

다음 날도 똑같습니다. 그 다음 날도 똑같습니다.

"집이 무서웠어요. 벽만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말할 사람도 없고.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어요."

어느 날 아파트 게시판에서 공고를 봤습니다. '무료급식소 봉사자 모집'.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망설였습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짐만 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집에만 있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첫 봉사, 2023년 10월 16일

복지관 담당자가 친절했습니다. "어르신, 환영합니다. 내일 오전 9시에 오세요. 앞치마 준비해드릴게요."

다음 날 아침.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옷을 골랐습니다. 화장을 했습니다. 거울을 봤습니다. '오랜만이네.'

복지관에 도착했습니다. 주방에 7명이 있었습니다. 다들 60~70대였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순자입니다. 오늘 처음이에요."

"어머, 환영해요! 저는 박영희예요. 여기 2년 됐어요. 걱정 마세요. 어렵지 않아요."

박영희 씨가 앞치마를 주었습니다. "일단 채소 다듬는 것부터 해요. 여기 앉으세요."

김순자 씨는 앉았습니다. 앞에 시금치가 있었습니다.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손이 익숙했습니다. 평생 해온 일이었습니다.

"어머, 손이 빠르시네요!"

"뭘요. 평생 해온 건데요."

30분 만에 시금치 한 바구니를 다듬었습니다. 박영희 씨가 놀랐습니다. "저보다 빠르신데요?"

김순자 씨가 웃었습니다.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복지관에서 봉사활동하며 행복해하는 72세 여성

점심 배식, 오전 11시 30분

음식이 완성됐습니다. 밥, 국, 반찬 4가지. 맛있어 보였습니다.

"자, 이제 배식 시작해요. 문 열어요!"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20명, 30명, 40명. 대부분 70~80대 어르신들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분들이었습니다.

김순자 씨는 밥을 퍼주었습니다. "많이 드세요."

한 할아버지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40명에게 밥을 퍼주었습니다.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손은 아팠지만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배식이 끝났습니다. 설거지를 했습니다. 주방을 정리했습니다. 오후 1시가 됐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어요! 다음 주 월요일에 또 봐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를 탔습니다. 창밖을 봤습니다. 풍경이 달라 보였습니다. 같은 길인데 다르게 보였습니다.

'오늘 하루가 의미 있었어.'

일주일에 세 번, 월·수·금

김순자 씨는 일주일에 세 번 봉사를 나갔습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화요일과 목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월요일이 기다려졌습니다. '내일 복지관 가는 날이야.'

일요일 밤에 옷을 골랐습니다. 월요일 아침엔 일찍 일어났습니다. 밥을 먹었습니다. 화장을 했습니다. 9시 전에 복지관에 도착했습니다.

"순자 씨, 왔어요? 오늘 김치찌개 끓여요."

"제가 김치 썰게요!"

손이 더 빨라졌습니다. 2개월 하니까 눈 감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봉사자들과도 친해졌습니다.

박영희 씨와는 특히 친했습니다. 나이도 비슷했습니다. 처지도 비슷했습니다. 남편을 먼저 보낸 것도 같았습니다.

"영희 씨, 우리 봉사 끝나고 커피 한잔 할까요?"

"좋아요!"

봉사가 끝나면 둘이 카페에 갔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웃었습니다.

"영희 씨 만나서 참 좋아요. 말할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봉사활동으로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대화하는 70대 여성들

3개월 후, 집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2024년 1월. 봉사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김순자 씨의 하루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7시에 눈이 떠집니다. 일어나서 밥을 먹습니다. 8시 30분에 집을 나섭니다. 복지관까지 버스로 20분. 9시에 도착합니다.

"순자 씨, 어제 드라마 봤어요?"

"봤죠! 결말이 대박이더라고요."

채소를 다듬으며 수다를 떱니다. 시간이 빨리 갑니다. 11시 30분, 배식 시작. 오늘도 40명이 왔습니다.

"할머니, 오늘도 맛있겠네요!"

"많이 드세요. 따뜻할 때 드세요."

오후 1시, 봉사 종료. 박영희 씨와 카페에 갑니다. 커피를 마시며 얘기합니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집에 오면 오후 4시. 저녁을 준비합니다. 예전보다 성의껏 차립니다. 혼자 먹지만 정성껏 먹습니다.

TV를 봅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릅니다. 그냥 보는 게 아닙니다. 내일 영희 씨한테 얘기할 내용을 생각하며 봅니다.

밤 10시, 잡니다. 피곤하지만 기분 좋습니다.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집이 이제 안 무서워요. 예전엔 집에 혼자 있으면 벽만 보고 앉아 있었어요. 지금은 달라요. 집도 편하고, 밖도 즐거워요.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어요."

봉사가 준 것들

김순자 씨는 봉사를 통해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 규칙적인 생활

봉사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들쭉날쭉했습니다. 8시에 일어날 때도 있고, 10시에 일어날 때도 있었습니다. 할 일이 없으니까 늦게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월·수·금은 7시에 일어납니다. 화·목도 8시면 일어납니다. 규칙적입니다.

"규칙적으로 사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개운해져요."

둘째, 사람과의 연결

혼자 살면 말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입을 안 열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외로워집니다.

봉사를 하면서 7명의 봉사자들과 친해졌습니다. 배식받으러 오는 어르신들과도 인사를 나눕니다. 일주일에 세 번, 최소 10명 이상과 얘기합니다.

"말을 하니까 사람 사는 것 같아요. 웃을 일도 생기고요."

Q. 봉사 시작하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하나요?

A. 가장 쉬운 방법은 동네 주민센터나 복지관에 전화하는 겁니다. "봉사하고 싶다"고 하면 안내해줍니다. 또는 1365 자원봉사포털(www.1365.go.kr)에서 봉사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집 근처 복지관, 경로당, 도서관 등에서 봉사자를 항상 모집합니다. 특별한 자격이 필요 없고, 시간만 내면 됩니다.

Q. 몸이 불편한데도 봉사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무거운 걸 들거나 오래 서 있는 봉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앉아서 할 수 있는 봉사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책 정리, 경로당에서 말벗 봉사, 전화 상담 봉사 등이 있습니다. 복지관에 연락해서 "이런 봉사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담당자가 맞는 봉사를 연결해줄 겁니다.

셋째, 존재의 의미

가장 큰 변화는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제 필요 없는 사람이구나. 자식들도 바쁘고, 친구도 없고, 할 일도 없고.'

봉사를 하면서 달라졌습니다. 배식받으러 오는 어르신들이 고맙다고 합니다.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없으면 오늘 밥을 못 먹는 사람이 있어요. 제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거죠."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하며 보람을 느끼는 72세 여성

1년 후, 김순자 씨의 하루

2024년 10월. 봉사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김순자 씨는 이제 베테랑 봉사자입니다. 새로 오는 사람을 가르칩니다. "처음엔 다들 그래요. 괜찮아요. 천천히 하면 돼요."

박영희 씨와는 절친이 됐습니다. 봉사 끝나고 항상 같이 갑니다. 카페도 가고, 시장도 가고, 산책도 갑니다.

"영희 씨는 제 두 번째 가족이에요.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 같아요."

복지관장이 말했습니다. "순자 씨, 우리 복지관의 기둥이에요. 순자 씨 없으면 우리 곤란해요."

그 말에 김순자 씨는 뿌듯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자녀들도 변화를 알아챘습니다. 명절에 집에 왔습니다.

"엄마, 요즘 표정이 밝아졌어요. 뭐 좋은 일 있어요?"

"봉사하거든. 일주일에 세 번씩. 재밌어."

"엄마가 봉사를 하세요? 대단하시네요."

자녀들이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김순자 씨도 자랑스러웠습니다.

당신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집에 혼자 계십니까? 할 일이 없어서 답답하십니까? 말할 사람이 없어서 외로우십니까?

김순자 씨처럼 봉사를 시작해보세요.

거창한 봉사가 아니어도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2시간만 시작하세요. 동네 복지관, 경로당, 도서관. 어디든 좋습니다.

김순자 씨가 말합니다.

"제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할머니예요. 근데 봉사를 하니까 삶이 달라졌어요. 집이 안 무섭고, 하루가 의미 있고, 사람들이 고마워요."

나이가 많아도 괜찮습니다.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시간과 정성이면 충분합니다.

오늘 주민센터에 전화해보세요. "봉사하고 싶어요"라고 말해보세요. 당신의 삶이 바뀔 겁니다.

김순자 씨처럼.

참고 자료

  • 이 글은 2024년 10월 필자가 인터뷰한 김순자 씨(가명, 72세)의 실제 경험입니다.
  •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시니어 봉사활동 효과 연구" (2023)
  • 보건복지부, "노인 사회참여 활동 지원사업"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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