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두 번째 봄, 봉사로 다시 피어나다
요즘 들어 부쩍 조용해졌다는 생각, 안 드세요? 저도 그랬어요. 은퇴하고 나니 출근길에 들리던 커피 향도, 동료들과의 농담도 사라졌죠. 아침에 일어나 할 일이 없으니 괜히 TV만 켜놓고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하루 종일 사람 목소리를 못 들으면 마음이 허전하더라고요. 그때 우연히 동 주민센터 게시판에서 ‘시니어 봉사단 모집’ 포스터를 봤습니다. ‘내가 이제 누굴 돕는다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선택 덕분에 매일이 달라졌어요.
첫날 봉사하러 갔을 때, 한 어르신이 제 손을 꼭 잡으시며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하시더라고요. 그 짧은 한마디가 참 오래 남았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감정, 그게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어요.

▲ 지역 복지관에서 식사를 나누며 웃음을 나누는 시니어 봉사자들
보건복지부의 ‘자원봉사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60세 이상 시니어의 78%가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답했습니다. 또, 자원봉사 참여자의 우울감 지수는 비참여자보다 35% 낮게 나타났다고 해요(한국사회복지협의회, 2023).
제가 알게 된 68세 김영숙 님은 3년 전부터 독거노인 반찬 나눔 봉사를 하고 계세요. 예전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외로움 때문에 우울증 약까지 드셨다는데, 지금은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서 “에너지 넘치는 김 선생님”으로 통합니다. 김 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봉사하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가 더 위로받고 있었어요.”
이 얘기 듣고 저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봉사는 남을 돕는 일인 줄 알았는데, 결국은 나 자신을 회복시키는 일이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돈도 들지 않을까 걱정돼서” 망설이시죠. 근데 제가 직접 해보니,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예를 들어 지역 어르신 도시락 배달은 한 달에 2~3번만 나가면 되고, 교통비로 만 원 정도 들 뿐이에요. 도서관 책 정리 봉사나 환경정화 활동은 거의 비용이 들지 않아요. 청소년 멘토링은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으니,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는 처음에 ‘몸이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활동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요. 그리고 일정 시간을 채우면 1365 자원봉사포털에서 ‘봉사 인증서’도 받을 수 있답니다. “나 아직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 공원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이야기 나누는 시니어 멘토
가벼운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기. 처음부터 큰일을 하려 하지 마세요. 한 달에 한 번, 두 시간만으로 충분합니다.
관심사에 맞는 봉사 고르기. 아이들을 좋아하면 교육 봉사, 자연을 좋아하면 환경정화 활동! 재미있어야 오래갑니다.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기. ‘1365 자원봉사포털’, ‘VMS’, ‘대한노인회 자원봉사센터’ 등에서 내 동네 활동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동행 만들기. 친구나 배우자와 함께 하면 훨씬 즐겁고, 지속하기 쉬워요.
기록하기. 활동 후 사진을 찍거나 간단한 일기를 써보세요. 내가 변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솔직히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었어요. 근데 세 번째쯤 가니까 오히려 제가 먼저 인사하고, 웃고 있더라고요.
Q. 나이가 많아서 도움이 될까 걱정돼요.
전혀요. 봉사에는 나이가 장점이에요. 인생 경험이 많으니까요. 아이들 상담, 독서 지도, 인생 멘토링 등은 오히려 시니어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에요.
Q. 건강이 조금 불편한데 가능한 봉사도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전화 안부 봉사, 온라인 멘토링, 행정 지원 같은 비대면 봉사도 많아요.
Q. 혼자라서 용기가 안 나요.
그럴 땐 가까운 복지관이나 노인회 프로그램을 찾아보세요. 대부분 2~3명이 한 조로 움직이기 때문에 혼자라는 느낌이 금방 사라집니다.
따뜻한 연결로 다시 피어나는 하루
누군가 그랬죠. “젊을 때는 성취로 살고, 나이 들면 관계로 산다.” 저는 이 말을 요즘 실감해요. 봉사는 그 관계를 다시 잇는 통로예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닫히기 쉽지만,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세상이 다시 열립니다. 근데 이게요, 해보면 정말 별거 아닌데… 마음이 바뀝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건, 나 자신에게도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외로움 대신 연결을 선택하세요. 그 선택이, 인생의 후반전을 훨씬 따뜻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참고 및 출처
- 보건복지부(2023): 자원봉사 실태조사
- 한국사회복지협의회(2023): 봉사활동 참여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