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67일째, 통장에 처음 찍힌 3,240원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퇴직하고 두 달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갈 곳이 없었습니다. 시계는 느리게만 갔죠. 아내는 베란다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고, 저는 소파에 앉아 리모컨만 만지작거렸습니다.
그때 아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그냥 매달 100만 원만 벌면 좋겠다."
장난처럼 들렸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100만 원. 많지도, 적지도 않은 돈. 하지만 그게 있으면 우리 부부가 조금 더 자유로울 것 같았습니다. 여행도 가고, 손주 용돈도 주고, 뭔가 여유가 생길 것 같았죠.
'내가 아직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날 밤, 저는 노트에 적었습니다. "목표: 매달 100만 원 만들기." 시작이었습니다.
첫 30일 - 유튜브를 믿고 덤빈 블로그 참사
유튜브에서 "시니어 부업"을 검색했습니다.
수십 개의 영상이 나왔습니다. "블로그로 월 300만 원!", "초보도 할 수 있는 애드센스 수익화!" 같은 제목들. 저는 그걸 다 믿었습니다.
다음날 바로 도메인을 샀습니다. 1년에 1만 5천 원. 티스토리 계정을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죠. 하루에 세 편씩. "퇴직 후 생활 꿀팁", "60대 건강관리", "시니어 재테크" 같은 주제들.
열흘째 되던 날, 방문자 수를 확인했습니다.
7명.
한 달째 되던 날, 다시 확인했습니다.
20명.
광고 수익은 0원이었습니다. 클릭은 단 한 번도 없었죠. 저는 그날 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거 안 되는 것 같아." 아내는 웃으며 손을 잡아줬습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해봐요."
그날 밤,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답은 간단했습니다. 남의 이야기만 베꼈던 거죠. 내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45일차 - 방향을 바꾸다
4월 중순이었습니다.
저는 글 주제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60대가 직접 해본 중고거래 루틴", "퇴직 후 첫 달 실패한 블로그 솔직 후기", "매일 아침 8시, 커피 한 잔과 함께 쓰는 글" 같은 제목들로요.
진짜 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중고거래 앱도 시작했습니다. 집에 있던 안 쓰는 소형가전을 올렸죠. 오래된 토스터기 하나가 5천 원에 팔렸습니다. 처음 받은 돈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내와 저는 치킨을 시켜먹었습니다.
"여보, 내가 5천 원 벌었어요!"
"진짜? 대단한데!"
그 순간이 좋았습니다. 돈보다, 다시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좋았죠.
67일차 - 인생의 첫 온라인 수익
5월 21일 아침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블로그 수익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습관처럼요. 늘 0원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3,240원'
저는 눈을 비볐습니다. 다시 봤습니다. 진짜였습니다. 누군가 제 블로그에 들어와서 광고를 클릭한 겁니다. 저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보! 여보! 돈 들어왔어요!"
아내가 달려왔습니다. "얼마?"
"3천 원 넘어요!"
우리는 웃었습니다. 3천 원이 뭐 대수냐고요? 하지만 그날 저는 편의점에서 커피 두 잔을 샀습니다. 제 돈으로. 온라인에서 번 돈으로. 그 커피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습니다.
90일차 - 세 개의 수입원이 생기다
6월이 되자 루틴이 잡혔습니다.
아침 8시. 저는 커피를 타서 서재로 갑니다. 창문을 열면 아침 햇살이 들어옵니다. 노트북을 켜고, 어제 메모해둔 주제로 글을 씁니다. 하루에 한 편. 천천히, 제 속도로. "오늘은 중고거래에서 만난 60대 아저씨 이야기를 써야겠다"거나 "요즘 아침마다 산책하는데 그 이야기를 써볼까" 같은 생각들.
오전 10시. 글을 다 쓰면 댓글을 확인합니다. 방문자 통계도 봅니다. 어떤 글이 인기인지, 어떤 제목이 클릭을 많이 받는지. 이게 재미있습니다. 마치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것 같아요.
오후 2시. 중고거래 앱을 엽니다. 집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처음엔 우리 집 물건만 팔았는데, 요즘은 동네 벼룩시장에서 싸게 사서 다시 파는 것도 해봅니다. 소형가전이나 책 같은 거요. 한 달에 서른 건 정도 거래합니다. 물건을 포장하고, 택배를 보내러 나가는 일도 나쁘지 않습니다. 가벼운 운동이 되거든요.
오후 4시. 동네 편의점에서 가끔 소포 분류 알바를 합니다. 시간당 1만 원. 일주일에 세 번, 두 시간씩. 무거운 건 안 하고요. 가벼운 택배만 분류합니다. 주인 아저씨가 좋은 분이라 편합니다.
저녁 7시. 저는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습니다. 그리고 오늘 얼마를 벌었는지 이야기합니다. 블로그에서 8천 원, 중고거래에서 1만 5천 원, 편의점에서 2만 원. 이런 식으로요. 아내는 늘 박수를 쳐줍니다.
한 달 평균으로 계산하면 이렇습니다.
블로그 수익은 월 35만 원 정도 됩니다. 광고 수익이 주로고, 가끔 협찬 글도 씁니다. 중고거래는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입니다. 물건을 잘 고르면 더 벌기도 합니다. 편의점 소포 분류는 월 30만 원 정도. 일주일에 세 번, 한 달이면 스무네 번 정도 나가니까요.
세 가지를 합치면 95만 원에서 105만 원 사이입니다.
목표였던 100만 원을 넘겼습니다.
6개월 후 - 돈보다 중요한 것
지금은 11월입니다.
매달 100만 원 정도가 꾸준히 들어옵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한텐 충분합니다. 손주 용돈도 주고, 가끔 여행도 갑니다. 지난주엔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습니다.
리듬입니다.
퇴직 후 가장 힘들었던 건 '쓸모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할 일이 없고, 하루가 너무 길었죠. 그런데 지금은 하루가 빠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이 있습니다. 블로그 글도 써야 하고, 중고거래 댓글도 확인해야 하고, 편의점에도 나가야 합니다.
퇴직 전보다 오히려 더 바쁩니다. 하지만 이건 다릅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선택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자존감이 생겼습니다.
'나도 아직 쓸모있구나.' 이런 생각. 작은 돈이지만, 내가 번 돈입니다. 누구한테 손 벌리지 않고, 제 힘으로 번 돈이죠. 그게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께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엔 저도 무서웠습니다. '나이 들어서 무슨 부업이야', '컴퓨터도 잘 못 하는데',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 하지만 시작해보니 별거 아니었습니다.
첫 달은 실패했습니다. 둘째 달도 별로였습니다. 하지만 셋째 달부터 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6개월째입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제 리듬이 생겼습니다.
작게 시작하세요. 장비나 돈보다 습관이 먼저입니다. 하루에 한 시간만 투자하세요. 블로그 글 한 편, 중고물품 한 개, 그게 전부입니다.
목표는 수입보다 행동으로 잡으세요. "오늘 1만 원 벌기"보다 "오늘 글 한 편 쓰기"가 더 중요합니다. 돈은 나중에 따라옵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세요. 저는 아내와 매일 저녁 오늘의 성과를 나눕니다. 그게 가장 큰 응원이 됩니다.
망설이고 계신가요?
괜찮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오늘 딱 한 가지만 해보세요. 블로그 계정 만들기, 중고거래 앱 설치하기, 동네 알바 검색하기. 뭐든 좋습니다.
그 작은 시작이, 당신의 두 번째 인생을 지탱하게 될 겁니다.
2024년 11월, 지금 이 순간
어제 블로그 수익을 확인했습니다. 12만 원이 찍혀 있더군요. 이번 달 최고 기록입니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환하게 웃습니다.
"여보, 우리 내년엔 제주도 갈까요?"
"좋지."
창밖엔 눈이 내립니다. 커피는 따뜻합니다. 오늘도 글을 쓸 시간입니다.
매달 100만 원. 작은 숫자지만, 제게는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2024년 3월부터 11월까지 필자가 직접 경험한 은퇴 후 부업 실천 과정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통계 참고: 한국고용정보원(2024), "60세 이상 부업 종사자 실태조사" - 60세 이상 부업자의 월평균 추가 수입 73만원
최종 작성: 2024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