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혼자 사는 줄 알았는데" - 마을 공동체가 바꾼 70대의 일상

by Bravo Senior 2025. 10. 28.
반응형
"혼자 사는 줄 알았는데" - 마을 공동체가 바꾼 70대의 일상

2023년 3월, 이사 첫날

정숙자 씨(72세)는 서울에서 경기도 ○○시로 이사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302동 501호. 새집이었습니다.

짐을 풀었습니다. 가구를 배치했습니다. 창밖을 봤습니다. 아파트가 10개 동 있었습니다. 놀이터가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여기서 새로 시작하는구나.'

남편이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울 집은 너무 컸습니다. 혼자 살기엔 외로웠습니다. 자녀들이 권했습니다. "엄마, 작은 집으로 이사하세요."

그래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방 2개짜리 아파트. 혼자 살기 적당했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이웃. 모두 낯선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지내지? 친구는 어떻게 사귀지?'

첫 만남: 엘리베이터에서

이사 온 지 3일째 되는 날. 아침 9시. 정숙자 씨는 장을 보러 나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1층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3층에서 멈췄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탔습니다. 70대로 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가 먼저 인사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정숙자 씨가 답했습니다.

"501호 사시는 분이죠? 새로 이사 오셨다면서요?"

"네, 맞아요. 3일 전에 왔어요."

"저는 301호 사는 이영희예요. 반갑습니다."

"저는 정숙자예요. 반갑습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둘이 같이 나왔습니다.

"혹시 어디 가세요?" 이영희 씨가 물었습니다.

"시장 가려고요."

"저도요! 같이 갈까요?"

"네, 좋아요."

둘이 같이 시장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얘기했습니다.

"이 동네 산 지 얼마나 됐어요?" 정숙자 씨가 물었습니다.

"5년 됐어요. 서울에서 이사 왔어요."

"저도 서울에서 왔어요!"

"어머, 그래요? 반가워라. 여기 어때요? 적응하셨어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는 사람이 없어서요."

"걱정 마세요. 우리 아파트 어르신들 다들 좋아요. 금방 친해질 거예요."

마을회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 이영희 씨가 물었습니다.

"혹시 내일 시간 있어요?"

"네, 있어요. 왜요?"

"내일 화요일이거든요. 우리 아파트 어르신들이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마을회관에서 모여요. 같이 가실래요?"

"마을회관에서 뭐 해요?"

"별거 없어요. 차 마시면서 수다 떨고, 가끔 운동도 하고, 노래도 불러요. 재밌어요."

"제가 가도 될까요?"

"당연하죠! 우리 302동 사시잖아요. 같은 동 사람들이에요. 오세요."

"그럼... 가볼게요."

다음 날 화요일. 오전 9시 50분. 정숙자 씨는 마을회관으로 갔습니다. 긴장됐습니다. '사람들이 날 환영할까?'

마을회관 문을 열었습니다. 안에 할머니들이 10명 정도 있었습니다. 다들 60~70대였습니다.

"어머, 오셨네요!" 이영희 씨가 반겼습니다. "얘들아, 이분이 501호에 새로 오신 정숙자 씨예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할머니들이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정숙자 씨는 안도했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차 드실래요?" 한 할머니가 자리를 권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숙자 씨는 앉았습니다. 따뜻한 차를 받았습니다. 마셨습니다. 편안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정기 모임을 갖는 아파트 단지 70대 여성들

첫 모임: 자기소개와 수다

"자, 그럼 숙자 씨 자기소개부터 해볼까요?" 이영희 씨가 말했습니다.

"네. 저는 정숙자입니다. 72살이고요, 서울에서 이사 왔어요. 혼자 살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혼자 사세요? 저도 혼자 살아요." 한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저도요. 우리 여기 반 이상이 혼자 살아요."

"정말요?" 정숙자 씨가 놀랐습니다.

"네. 남편 먼저 보낸 사람, 자녀들 독립해서 혼자 사는 사람. 다들 비슷해요."

정숙자 씨는 위로가 됐습니다. '나만 혼자가 아니구나.'

할머니들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박순희예요. 601호 살아요. 여기 산 지 3년 됐어요."

"저는 김정자예요. 402호. 요리하는 거 좋아해요."

"저는 최민자예요. 201호. 등산 좋아합니다."

10명이 다 소개를 했습니다. 다들 302동에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다음엔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날 아침 뉴스 얘기, 날씨 얘기, 손주 얘기. 별거 아닌 얘기들이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11시 30분. 모임이 끝났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또 봐요!"

"네, 다음 주에 또 올게요." 정숙자 씨가 답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정숙자 씨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기도 나쁘지 않네.'

두 번째 모임: 김장 담그기

다음 주 화요일. 정숙자 씨는 마을회관에 갔습니다. 이번엔 혼자 갔습니다. 이영희 씨를 부르지 않아도 갈 수 있었습니다.

"오셨어요? 오늘은 김장 담가요." 박순희 씨가 말했습니다.

"김장을요?"

"네. 다 같이 김장 담가서 나눠 가져가요. 혼자 담그기 힘들잖아요."

"좋은 생각이네요!"

할머니들이 배추, 양념, 고춧가루를 준비했습니다. 10명이 둘러앉았습니다. 김장을 시작했습니다.

정숙자 씨는 배추를 다듬었습니다. 옆에서 김정자 씨가 양념을 버무렸습니다. 최민자 씨가 절인 배추를 씻었습니다.

"숙자 씨, 김장 자주 하세요?" 김정자 씨가 물었습니다.

"옛날엔 했죠. 근데 혼자 살면서는 안 했어요. 양이 너무 많아서요."

"맞아요. 혼자 먹기엔 많죠. 그래서 우리 같이 하는 거예요."

3시간 동안 김장을 담갔습니다. 김치통 10개가 나왔습니다. 한 명당 하나씩 가져갔습니다.

"이거 겨울 내내 먹을 수 있겠어요." 정숙자 씨가 말했습니다.

"그럼요. 우리 김장은 맛있어요. 김정자 씨 레시피거든요."

"고마워요, 정자 씨."

"뭘요. 우리끼리 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숙자 씨는 김치통을 들고 갔습니다.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혼자가 아니구나. 같이 하니까 좋네.'

Q. 마을 공동체 모임은 어떻게 찾나요?

A. 가장 쉬운 방법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경로당에 문의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는 경로당이나 주민회관이 있고, 여기서 정기 모임을 합니다. 또는 동네 주민센터에 가면 '마을 공동체 사업'을 소개해줍니다. 요즘은 단지 내 카카오톡 단체방도 많으니 관리사무소에서 초대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세 번째 모임: 생일 잔치

2023년 5월. 정숙자 씨가 모임에 참여한 지 2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느 화요일. 마을회관에 갔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할머니들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케이크가 있었습니다. 촛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이게 뭐예요?" 정숙자 씨가 당황했습니다.

"숙자 씨 생일이잖아요! 5월 15일."

"어떻게 알았어요?"

"지난번에 얘기했잖아요. 우리 다 기억해요."

정숙자 씨는 울컥했습니다. 자녀들도 생일을 까먹었는데, 2개월 만에 알게 된 이웃들이 챙겨줬습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뭘요. 우리 이제 가족이잖아요."

다 같이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웃고 떠들었습니다. 정숙자 씨는 행복했습니다.

'가족이라고 했어. 나를 가족이라고.'

마을 공동체 친구들과 함께 생일을 축하하는 72세 여성

네 번째 모임: 등산

2023년 6월. "다음 주에 등산 가요!" 최민자 씨가 제안했습니다.

"어디로요?"

"뒷산이요. 우리 동네 뒷산. 1시간이면 올라갔다 올 수 있어요."

"좋아요!"

다음 주 화요일. 10명이 등산을 갔습니다. 등산복을 입고, 등산화를 신고, 물병을 챙겼습니다.

오전 10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가요. 서두르지 마세요." 최민자 씨가 앞장섰습니다.

정숙자 씨는 뒤에서 따라갔습니다. 숨이 찼습니다. 다리가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아요? 쉬었다 갈까요?" 이영희 씨가 물었습니다.

"괜찮아요. 조금만 더 가요."

1시간 후.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경치가 보였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였습니다.

"와, 여기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네요."

"그쵸? 우리 한 달에 한 번씩 와요."

정상에서 김밥을 먹었습니다. 김정자 씨가 싸온 김밥이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네요." 정숙자 씨가 말했습니다.

"그럼요. 혼자 먹으면 김밥도 심심하죠."

다 같이 웃었습니다.

6개월 후, 완전히 달라진 일상

2023년 9월. 이사 온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정숙자 씨의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엔 마을회관에 갑니다. 할머니들을 만납니다.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떱니다.

한 달에 한 번은 등산을 갑니다. 최민자 씨가 이끕니다. 정상에서 김밥을 먹습니다.

김장철엔 같이 김장을 담급니다. 김정자 씨 레시피로. 겨울 내내 먹습니다.

생일엔 케이크로 축하합니다. 할머니들 생일을 다 챙깁니다.

가끔 저녁엔 이영희 씨네 집에 갑니다. 같이 저녁을 먹습니다. 드라마를 봅니다.

"영희 씨, 오늘 저녁 뭐 먹어요?"

"된장찌개 끓일 거예요. 같이 먹을래요?"

"좋아요. 제가 반찬 가져갈게요."

혼자 먹던 저녁을 이제 같이 먹습니다. 외롭지 않습니다.

Q. 모임에 안 나오는 이웃은 어떻게 하나요?

A. 억지로 끌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가끔 안부 전화를 하거나, "음식 만들었는데 나눠 먹어요"라며 음식을 돌리세요. 조금씩 관심을 표현하다 보면 마음이 열립니다. 중요한 건 강요가 아니라 배려입니다. 혼자 있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 존중하되, 필요할 때 도움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아픈 날, 이웃이 가족이 되다

2023년 11월. 정숙자 씨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심했습니다. 열이 39도까지 올랐습니다. 몸이 아팠습니다.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화요일이었습니다. 마을회관에 못 갔습니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영희 씨, 나 오늘 못 갈 것 같아요. 아파서요."

"많이 아파요? 병원 갔어요?"

"아직요. 일어날 수가 없어요."

"지금 갈게요. 기다려요."

30분 후.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문을 열었습니다. 이영희 씨가 왔습니다.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박순희 씨, 김정자 씨도 같이 왔습니다.

"어머, 얼굴이 왜 이래요. 병원 가야겠어요." 이영희 씨가 말했습니다.

"순희 씨, 차 대절해요. 숙자 씨 병원 모셔가야 해요."

"네, 지금 부를게요."

10분 후. 택시가 왔습니다. 이영희 씨가 정숙자 씨를 부축했습니다. 병원에 갔습니다.

진찰을 받았습니다. "독감이네요. 주사 맞고 약 드시면 나을 거예요."

주사를 맞았습니다. 약을 받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정자 씨가 죽을 끓여왔습니다. "이거 먹고 주무세요. 내일 또 올게요."

정숙자 씨는 눈물이 났습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뭘요. 우리 가족인데."

3일 동안 할머니들이 돌아가며 찾아왔습니다. 죽을 끓여주고, 약 챙겨주고, 얘기해주고.

정숙자 씨는 회복했습니다. 몸도 회복했지만 마음도 회복했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나를 돌봐줄 사람들이 있구나.'

1년 후, 2024년 3월

이사 온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딸이 집에 왔습니다.

"엄마, 요즘 표정이 밝아지셨어요. 뭐 좋은 일 있어요?"

"있지. 여기 이웃들이 너무 좋아."

"이웃들이요?"

"응. 우리 302동 할머니들.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 같이 차도 마시고, 등산도 가고, 김장도 담그고."

"와, 좋네요. 친구들 생긴 거예요?"

"친구보다 더해. 가족 같아."

딸이 기뻐했습니다. "엄마가 혼자 계실까 봐 걱정했는데, 이웃들이 있으니 안심이에요."

"걱정 마. 엄마 잘 지내."

마을 공동체가 준 것들

정숙자 씨가 말합니다.

"이사 왔을 때 혼자 사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마을 공동체가 세 가지를 줬어요."

첫째, 소속감

"혼자 살면 외로워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 근데 마을회관에 가면 달라요. '나도 여기 속한 사람이구나' 느껴져요. 302동 사람들. 화요일 모임 사람들.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둘째, 안전망

"아플 때 알았어요. 이웃들이 내 안전망이구나. 혼자였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근데 이웃들이 바로 알아채고 병원 데려가 줬어요. 죽 끓여주고 약 챙겨주고. 가족보다 더 가까이 있어요."

셋째, 일상의 기쁨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져요. 이번 주엔 뭘 할까, 누구 생일인가, 어디 갈까. 일상에 리듬이 생겼어요. 기다림과 기쁨이 생겼어요."

당신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혹시 혼자 사십니까? 이웃을 모르십니까? 외롭습니까?

정숙자 씨처럼 시작해보세요.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부터.

"안녕하세요."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가보세요. "경로당이나 주민 모임 있나요?" 물어보세요. 있을 겁니다.

처음엔 어색할 겁니다. 낯선 사람들일 겁니다. 괜찮습니다. 정숙자 씨도 그랬습니다.

한 달만 나가보세요. 두 달 나가보세요. 어느새 가족이 돼 있을 겁니다.

정숙자 씨가 말합니다.

"혼자 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나는 302동에 살아요. 10명의 자매가 있어요.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가족이 있어요.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당신도 혼자가 아닙니다. 이웃이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있습니다.

내일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해보세요. "안녕하세요."

그게 시작입니다. 정숙자 씨처럼.

참고 자료

  • 정숙자 씨(가명, 72세)의 마을 공동체 참여 경험 인터뷰 (2024년 9월)
  • 행정안전부, "마을 공동체 활성화 사례집" (2023)
  •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시니어 마을 공동체 운영 가이드" (202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