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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부터 시작한 나의 노후자금 설계기 — 연금처럼 받는 구조 만들기

by Bravo Senior 2025.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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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부터 시작한 나의 노후자금 설계기

2016년 11월, 제 52번째 생일 아침이었습니다. 거울을 보니까 흰머리가 확 늘어 있더라고요. 그날 아침 회사 복도에서 퇴직하는 부장님을 봤어요. 30년 다니신 분이었는데, 표정이 밝지 않았습니다. "돈 좀 모아놨어야 했는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시는 게 들렸어요. 그날 밤, 저는 통장을 다 꺼내놓고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예금 1,800만 원. 주식 500만 원. 전부였어요. 은퇴까지 8년. "이걸로 30년을 살아?"

52세, 첫 시도 - 그리고 실패

2017년 1월, 저는 개인연금에 가입했습니다. 월 30만 원. 설계사가 "10년만 넣으면 노후가 안정됩니다"라고 했어요. 믿었죠. 그리고 주식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배당주 투자"를 보고 따라했어요. 삼성전자, SK텔레콤, 은행주... 1,000만 원을 넣었습니다.

첫 6개월은 좋았어요. 배당금이 들어왔고, 주가도 조금 올랐습니다. "이거 괜찮네?" 싶었죠. 그런데 2018년, 주식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1,000만 원이 800만 원이 됐습니다. 배당금 받아봤자 손실을 못 메웠어요.

더 큰 문제는 생활비였습니다. 월 30만 원 연금 넣고, 생활비 쓰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었어요. 큰아들 대학 등록금도 있었고, 집 대출 이자도 나갔죠. "이렇게 해서 언제 모으나?" 불안했습니다.

아내와도 다퉜어요. "당신 주식 한다며? 돈 벌었어?" 그 말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매일 HTS 켜서 주가 보고, 유튜브로 종목 분석 보고...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돈은 잃고. 아내 표정이 날로 어두워졌어요. "그냥 예금에 넣어두지 그랬어." 그 말이 가슴에 박혔습니다.

2018년 9월, 저는 주식을 다 팔았습니다. 200만 원 손실. 첫 시도는 완전히 실패였어요. 개인연금은 계속 넣었지만, 마음속으론 "이게 맞나?"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해 겨울은 참 힘들었어요. 노후 준비는커녕 현재도 불안했으니까요.

55세, 방향을 바꾸다

55세 남성이 노트북으로 재정 계획을 검토하며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

2019년, 저는 55세가 됐습니다. 은퇴까지 5년. 이제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첫 번째, 지출부터 줄였습니다. 차를 팔았어요. 10년 된 소나타였는데, 중고로 700만 원에 팔렸습니다. 할부금, 보험료, 주차비... 월 50만 원이 절약됐어요.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했죠. 처음엔 불편했지만, 한 달 지나니까 익숙해졌습니다.

두 번째, 개인연금을 늘렸습니다. 월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차 팔아서 생긴 여유로 올린 거예요. 세액공제 혜택도 커졌습니다. 연말정산 때 40만 원 정도 돌려받았어요. 그 돈을 다시 저축했습니다.

세 번째, ETF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개별 주식이 아니라 인덱스 ETF로요. 사실 ETF가 뭔지도 잘 몰랐어요. 회사 후배가 알려줬습니다. "형, 개별 주식은 어려워요. 그냥 시장 전체를 사는 거예요. 오르면 같이 오르고, 떨어지면 같이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론 오르는 게 주식시장이거든요."

그 말을 듣고 S&P500 ETF를 샀어요. 매달 20만 원씩 자동매수 걸어놨습니다. 오르든 내리든 그냥 사는 겁니다. 타이밍 안 봤어요. 처음엔 불안했죠. "이게 맞나?" 싶었는데, 6개월 지나니까 평균 매입 단가가 안정되더라고요. 그게 적립식 투자의 힘이었어요.

코스피200 ETF도 추가했습니다. 한국 시장도 분산하려고요. 미국 주식 월 15만 원, 한국 주식 월 5만 원. 이렇게 나눠서 넣었어요. 환율 걱정도 줄고, 마음도 편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저는 이렇게 모았습니다. 개인연금 월 50만 원, ETF 월 20만 원. 총 월 70만 원. 1년이면 840만 원. 2년이면 1,680만 원이에요. 실제로는 ETF가 올라서 2,000만 원이 넘었습니다.

"이제 좀 되는 것 같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58세, 안정화 단계

2022년, 저는 58세였습니다. 은퇴까지 2년. 이제 '모으기'보다 '지키기'에 집중했어요.

그해 초, 주식시장이 또 흔들렸습니다. 미국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뉴스 볼 때마다 불안했어요. ETF 계좌를 열어보니 평가액이 10% 떨어져 있더라고요. 순간 '또 시작인가?' 싶었는데, 이번엔 달랐어요. 팔지 않았습니다.

4년 전 개별 주식 할 때는 200만 원 손실 보고 바로 팔았잖아요. 근데 이번엔 참았어요. "시장은 오른다. 장기적으로는 오른다." 그 말을 믿었습니다. 자동매수도 계속했어요. 떨어질 때 더 많이 사는 거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2023년, 시장이 회복됐습니다. ETF 평가액이 원금보다 20% 올라 있었어요. 그때 일부를 팔았습니다. 수익 실현한 거죠. 약 400만 원. 그 돈을 예금으로 옮겼어요.

주식 비중을 줄였습니다. ETF 1,000만 원어치 더 팔아서 예금으로 옮겼어요. 총 3,000만 원. 금리가 4%대였거든요. 1년이면 이자만 120만 원. 안정적으로 받는 게 마음 편했습니다.

개인연금은 계속 넣었어요. 월 50만 원. 2022년, 2023년 2년 동안 1,200만 원 더 쌓였습니다. 이제 개인연금 총 납입액이 4,500만 원 정도 됐어요. 보험설계사가 "65세부터 월 60만 원씩 20년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총 1억 4,400만 원. 납입액의 3배 넘게 돌려받는 거죠.

국민연금도 체크했습니다. 공단 홈페이지에서 '내연금 알아보기' 들어가서 조회했어요. 예상 수령액 월 78만 원. 생각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꾸준히 냈던 게 도움이 됐죠.

계산해봤어요. 국민연금 78만 원 + 개인연금 60만 원 = 월 138만 원. 여기에 예금 이자랑 ETF 배당금 합치면 월 150만 원은 나올 것 같았어요. "이 정도면 살 수 있겠다." 처음으로 안심이 됐습니다.

60세 현재, 8년의 결과

60세 부부가 집 거실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며 미소 짓는 모습

2024년 11월, 저는 이제 60세입니다. 올해 8월에 퇴직했어요. 30년 다닌 회사를 떠났죠. 마지막 날, 인사팀에서 퇴직금 계산서를 받았습니다. 8,200만 원. 생각보다 적더라고요. 30년 일했는데 이게 다라니.

퇴직금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어요. 그냥 통장에 넣어둘까? 아니면 투자할까? 은행 직원이 "IRP 하세요. 세금 아낄 수 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IRP가 뭔지 몰라서 찾아봤어요.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이래요.

IRP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퇴직금 8,200만 원을 전부 거기 넣었어요. 그러면 퇴직소득세를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내는 거래요. 당장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거죠. 그리고 그 돈을 ETF 3,000만 원, 예금 5,200만 원으로 나눠 넣었습니다.

왜 예금을 더 많이 넣었냐고요? 60대엔 안정이 중요하니까요. 주식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예금은 확실하잖아요. 5,200만 원에 연 4% 이자면 1년에 208만 원. 월 17만 원씩 들어오는 셈이에요. 작지만 확실한 돈입니다.

지금 제 자산 상황은 이래요. 개인연금 적립금 5,000만 원. 예금 5,500만 원(퇴직금 포함). ETF 2,800만 원. 합계 1억 3,300만 원. 8년 전 2,300만 원이었으니까 5배 넘게 늘었습니다.

물론 1억이 넘는 돈이지만, 30년을 살아야 하니까 넉넉하진 않아요. 하지만 '흐름'이 있어요. 65세부터는 국민연금이 나오고, 개인연금도 나옵니다. ETF 배당금도 분기마다 들어오죠. 예금 이자도 있고요.

지금은 주 3회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월 80만 원. 많은 돈은 아니지만, 생활비 일부는 충당돼요. 그리고 일하는 게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사람도 만나고, 시간도 보내고요.

아내와 함께 생활비를 계산해봤어요. 월 160만 원 정도 듭니다. 집은 전세라서 월세는 없고, 관리비 15만 원, 식비 60만 원, 통신비 10만 원, 의료비 20만 원, 여가비 30만 원, 기타 25만 원. 이 정도면 불편하지 않게 살아요.

가끔 불안할 때도 있어요. "이게 정말 30년 갈까?" 하는 생각. 하지만 8년 전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그때는 통장에 2,300만 원밖에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최소한 '흐름'이 있어요. 매달 들어오는 돈이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52세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만약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제가 52세의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실패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어. 중요한 건 계속하는 거야. 주식 200만 원 날려도, 다시 시작하면 돼. 포기하지만 마. 8년 후엔 분명히 달라져 있을 거야."

노후자금은 '금액'만이 아니에요. '흐름'이 더 중요합니다. 큰돈 한 번에 모으는 게 아니라, 매달 조금씩 들어오는 구조를 만드는 거예요. 그게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적이에요.

그리고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52세에 시작했어도, 60세엔 분명히 달라져 있습니다. 지금 50대라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부터 시작하세요. 10년 후의 당신은, 지금의 선택에 감사할 겁니다.

지금 제가 사는 모습

요즘 저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요. 가벼운 산책을 하고, 7시에 아침 먹고, 8시에 도서관에 출근합니다. 주 3회니까 화, 목, 토 이렇게요. 도서관 일은 생각보다 좋아요. 책 정리하고, 대출 도와주고, 가끔 어르신들 컴퓨터 사용법 알려드리고요. 월 80만 원 받지만, 돈보다 사람 만나는 게 좋습니다.

점심은 도서관에서 도시락 먹어요. 아내가 아침마다 싸줍니다. 김밥, 주먹밥, 샌드위치... 매일 다르게 해주더라고요.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까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하면서요. 그 말에 뭉클했습니다.

일 없는 날엔 집에서 책 읽거나 아내랑 마트 가고, 친구 만나고 그래요. 수요일엔 대학 동기들이랑 점심 먹어요. 다들 은퇴했거나 은퇴 준비 중이라 얘기가 잘 통해요. "요즘 어떻게 지내?" 그 한마디가 참 좋습니다.

금요일 오후엔 아내와 영화 보러 가요. 조조 할인 받아서 6,000원에 봅니다. 팝콘은 안 사고, 집에서 간식 싸 가요. 예전엔 "영화관에서 뭘 싸 가" 했는데, 지금은 그게 재미예요. 절약하면서도 즐기는 방법을 찾는 거요.

저녁엔 가끔 맥주 한 캔 마시면서 TV 봅니다. 예전엔 회사 스트레스에 매일 소주 마셨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 맥주면 충분해요. 돈도 아끼고, 건강도 좋아졌죠. 아내가 "요즘 표정이 밝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제일 기뻤어요.

완벽한 노후는 아니에요. 가끔 돈 걱정도 되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요. 하지만 불안하진 않아요. 준비했으니까요. 8년 동안 매달 70만 원씩 모았고, 차도 팔았고, 지출도 줄였어요. 그 선택들이 지금의 안정을 만들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지금 시작하세요. 한 달에 10만 원이라도 좋아요. 시작이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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